내신 끝난 고삼입니다친한 친구가 있어요 둘 다 여자고, 여느 여고생들이 그렇듯 야자 중간 쉬는 시간에 둘이 산책하는 게 당연하고 눈 마주치면 웃음 나고, 고민 털어놓는 그런 사이예요 언성 높이면서 싸운 날도 있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엄청 싸우기도 하고 뒷날 대화하면서 풀고, 그러다 한 번은 우리 연애하는 거 같다고 그런 말을 하기도 했어요 애정이 없으면 싸우지도 않는다면서요 제가 기말고사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는데, 점수 확인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그 애랑 같은 대학을 못 갈 거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우울하고… 자꾸 말 걸고 싶고 그 애가 좋아하는 빵을 보면 같이 사서 나눠먹고 싶고 학교 안 가는 주말에는 그 애가 보고 싶어요 그 애가 기분이 안 좋을 때 어떤 걸 해줘야 기분이 나아지는지.. 배가 부를 땐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것에서 서운함을 느끼는지.. 그런 걸 다 아는데. 그런데 이런 건 친구 사이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더라고요 책 모순에서 우정은 제 모든 걸 털어놓고 싶은 거고 사랑은 제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거래요실은 저도 제 아픈 거 힘든 거를 그 애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저가 잘하는 모습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요 이런 게 사랑일까요?이런 제 고민.. 마음을 잘 숨기고 있었는데, 입시가 완전히 끝난 겨울에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그 애가 썸타는 남자애에 대한 얘기를 너는 알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얘기한다고 했는데. 그 날 저가 든 감정은.. 걔랑 내가 다른 게 성별밖에 없는데 그게 참 크구나 이런 거라.. 갑자기 울고 싶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아무말도 안 한 채로 어색한 정적이 한참 흘렀어요 왜 그러녜셔 나중에 얘기해준다고 했는데.. 그 나중이 오면 제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솔직히 얘기해도 될까요? 그 애가 너무 소중해서 행복만 했으면 좋겠는데.. 그 행복에 저가 함께였으면 좋겠어요제 욕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