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놀랍게도) 카톨릭]
질문:
친구가 제 전남친이랑 썸타는 것 같아요.
헤어진지 반년 지났고 오래 만난 것도 아니었는데, 솔직히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사람이에요.
근데 친구가 얘랑 밤늦게 자주 만나고 야구장도 가고.. 저한테만 안 알려주고 다른 애들한테만 말해주네요.
저 빼고 다 알 정도로 숨기더라고요. 너무 어이없고 섭섭하고 역겨워요.
솔직히 응원은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진심으로는 못해줄 것 같아요.
이 친구 계속 친구로 둬야 할까요?
답변:
‘카톨릭’ 카테고리라서 잠깐 혼란이 왔지만, 아무리 성수 뿌려도 이런 상황은 기도빨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본질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은 이미 이 친구와의 관계에서 신뢰의 균열을 목격했고, 그것이 다시 봉합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1. 친구가 당신 전남친과 썸을 타는 문제
‘썸 아니다’라고 둘러댄다지만, 이미 밤늦게 단둘이 만나고 야구장 가고 인스타에서 태그하고 하트 박았다면, 그냥 연애든 썸이든 간에 당신의 감정적 영역을 침범한 건 맞습니다.
‘썸 아니다’라고 말하며 책임은 회피하고, 당신한테만 숨겼다는 건 배려가 아니라 방어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당신에 대한 최소한의 우정 코드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핵심이죠.
2. 착한 척? 배려? 사실은 본인들만 편하자고 행동한 결과
이 친구가 ‘착한 사람’이라기보단, 자기 감정과 상황을 방어하기 위해 당신의 입장을 일부러 무시한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착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네가 불편할까봐 조심스러웠어’ 정도의 솔직함이라도 보여줬겠죠.
그런데 오히려 친구 무리한테는 다 알리면서 당신에게만 숨겼다는 건, 당신 감정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3. 당신의 감정: 화가 나는 게 당연
당신이 느끼는 ‘섭섭함, 빡침, 역겨움’ 모두 정당한 감정입니다.
스스로 “사귄다면 응원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진심은 아니겠다”고 느끼는 건, 오히려 솔직하고 건강한 반응입니다.
당신이 미련 있어서가 아니라, 친구가 ‘내가 너에게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빡친 겁니다.
4. 손절이냐 유지냐?
손절까지는 아니더라도, 거리두기(감정적 방화벽)는 확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에서 당신의 감정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게다가 당신이 “이걸로 싸우면 내가 미련 있어 보일까봐 걱정된다”고 했는데, 싸울 필요 없습니다. 그냥 조용히 “아, 이 친구는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현실 확인만 하고 거리를 두면 됩니다.
참고로, ‘착하다’와 ‘배려심 있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 구분하세요. 지금 그 친구는 착한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태도 바꾸는 타입입니다.
(카톨릭적 마무리)
용서와 사랑도 좋지만,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더 우선입니다.
예수님도 성전에서 장사꾼들 다 뒤엎으셨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분노는 정당한 감정이며, 무턱대고 “용서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이럴 땐 침묵의 기도 대신 침묵의 방화벽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요약:
친구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고, 적당히 거리를 두세요.
섭섭한 건 지극히 당연한 감정입니다.
‘착하다’와 ‘배려 있다’를 구분하세요.
당신 감정을 지키는 게 최우선입니다.
– 인간관계 방화벽 주교 드림